로티의 강연을 보고…

화요일 로티 강연의 주제는 <칸트와 듀이 사이에 갇힌 도덕철학의 현상황>이었다.
당일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한 시간은 3시.
책자와 질문지를 로비에서 받아 들고 강연장에 들어갔다.
책자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읽어나가고 있는 로티 교수의 강연은
나에게 무료함을 일구어내기에 충분했다.
한 시간 가량 늦게 도착해서인지 책자의 마지막 부분을 낭독하고 있었다.
무슨 내용의 강연이었을까…?
로티 교수의 강연이 끝난 뒤 질의 및 토론 시간을 가졌다.
세 명의 질의자가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알아들은 부분들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이화여자대학교 김혜숙 교수의 질문의 요지.
진리나 형이상학적인 물음들에 대하여 로티 교수는 공허한 질문이라 얘기하며
실용주의적인 부분으로 관심을 옮겨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질문에 대한 로티 교수의 입장은 어떠한 해답도 주어지지 않는
형이상학적인 물음들은 더 이상 철학의 영역이 될 수 없으며
실용주의적인 부분으로 특히나 문예비평 쪽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얘기하며
여기서 문예비평이란 단순히 문학만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신문이나 TV 혹은 잡지와 같은 대중매체를 통칭하는 개념이라고 얘기해서
내가 생각하고 있던 로티의 문예비평이 상당히 폭이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다음의 질의자는 KAIST의 박우석 교수였는데 과학과 관련된 질문을 제시했고
나 스스로 질문에 대하여 전혀 이해를 못해서인지
로티 교수의 답변도 전혀 이해를 못했다는…

다음은 고려대 이승환 교수가 모든 문제는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로티 교수의 이야기에 대하여 과연 그것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예를 들어 미국 같은 초강대국과 그와는 대조적으로 약한 한국이
정치적인 현황을 가지고 맞부딪쳤을 경우
미국이 어느 정도 유리한 입장을 견지하고 나가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노사 문제 역시 대화만 가지고는 해결되기 힘든 문제가 아니냐… 기타 등등…
그 물음에 대하여 로티 교수는 초지 일관 대화를 통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얘기해서 이승환 교수의 물음에 대하여
로티 교수가 명쾌한 답변을 내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대하여 이승환 교수가 그렇다면 상당히 로맨틱한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로군요라고
비꼬듯이 얘기를 해서 청중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고
그에 대하여 로티 교수는 자신의 이론이 상당히 로맨틱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렇게 세 명의 지정 질의자의 질문이 있은 뒤
방청객들에게도 질문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 중 문예비평의 몰락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그 소문은 잘못된 것이라는 간단한 로티 교수의 답변이 기억에 남는다.
그 문제는 아마도 하이퍼텍스트의 확산으로 인한 책의 기능 상실에 대한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는데
책이 사라질 리는 만무하지 않겠냐 하는…

어찌 되었든 간에 로티의 서적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강연에 참석하여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온 점에 대하여 아쉽게 생각하고
미국 철학 쪽의 흐름을 집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나 스스로 로티 교수의 신실용주의 입장을 잘못 이해한 부분들도 많으리라 생각되며
로티 교수의 관련 서적을 다시 꼼꼼이 읽어봐야겠다.

2 thoughts on “로티의 강연을 보고…”

  1. 실용주의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전 항상 공자를 훌륭한 현실주의자이자 실천가라고 했던 얘기가 떠오르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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