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남, 미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추남, 미녀>를 연극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서 기대를 좀 했습니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들(살인자의 건강법, 앙테크리스타, 로베르 인명사전)을 나름 재미있게 읽었고, 예상하지 못한 소설 속 반전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소설 <추남, 미녀>도 앞부분만 읽고 내용을 모르는 채로 연극을 관람했습니다.

연극 내용은 많이 지루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는 상대방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어울리지 않는 다양한 연애를 보여주고 마지막에 서로 만나게 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왜 어울리지 않는 연애에 불륜을 집어 넣었을까요? 지난 번 봤던 <앙리할아버지와 나>도 유부남을 유혹하는 이야기던데 국내 기획사들이 불륜 소재의 영화나 소설 등 자극적인 소재를 연극으로 기획해서 아침 드라마를 좋아하는 주부들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던 건 아닌지 좀 씁쓸하네요. 거기다 보석 이야기처럼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각색의 문제인지 아니면 소설의 문제인지 소설을 읽어봐야겠네요.

대신 무대 장치나 조명의 활용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조명 때문인지 가까이서 관람을 해도 왜 이렇게 눈이 침침한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좌석도 옆에서 들썩이면 진동이 그대로 느껴지고 좁아서 불편했습니다. 앞좌석 때문에 무대가 가려지기도 하네요. 많이 아쉬운 공연이었습니다.

쉬어 매드니스

날이 좋아서 대학로로 연극 <쉬어 매드니스>를 보러 갔습니다. 미리 예약을 했다면 할인된 가격에 관람을 했을텐데 공연 시작 2시간 전에 보러 갈 계획을 세워서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 후 들어가 관람했습니다. 무대가 작아서 2층 앞자리에서 봐도 잘 보이네요.

미용실 윗층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미용실에 있던 4명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사건을 재구성하는데 관객도 목격자로 참여해서 형사의 질문에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의심가는 행동은 무엇이었는지 추리하게 됩니다.

그냥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재구성하고 질문하는 과정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이 고함을 지르는 장면은 너무 정신이 사나워 좀 아쉬웠네요. 그리고 열린 결말을 염두에 두고 용의자 4명이 모두 의심갈 만한 행동을 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았네요.

앙리할아버지와 나

프랑스 영화 <미스터 앙리와의 조금(?!) 특별한 동거>를 연극으로 각색했는데 예매 당일 캐스팅은 이순재, 권유리, 김대령, 유지수였다. 영화는 초반에 보다가 지루해서 안 봐서 내용을 거의 모르는 상태로 연극을 봤는데 잔잔하게 흘러가는 내용이 좀 지루하고 감동도 거의 없었다.

줄거리는 할아버지가 하숙하러 들어온 여대생에게 금전적 혜택을 줄테니 유부남인 자기 아들을 유혹하라는 내용이다. 결국 따지고 보면 불륜 조장 연극이지만 예쁘게 포장해서 자칫 그럴듯한 내용의 연극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마지막에 할아버지가 죽고 난 뒤의 장면을 연출하며 억지 감동을 끌어내려 한 건 최악이었다.

이 연극이 지루했던 주된 이유는 주인공에게 절실한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 목표라고 해 봐야 하숙집에 들어가는 것과 유부남 유혹하기이고 이게 주인공에게 그렇게 절실한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 이순재 선생님의 연기야 두말하면 잔소리고 유리양의 연기도 전혀 거슬리지 않고 좋았다. 잔잔한 클래식한 연극을 찾는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러브 스코어

볼만한 연극이 뭐가 있나 찾아보다 눈에 띈 <러브 스코어>

함께 음악을 만들며 사랑을 싹틔운다는 내용이 맘에 들었고, 예매 당일 캐스팅(신진범, 금조, 한상욱, 이지이)도 괜찮고, 바로 가서 보기 좋은 시간대의 연극이라 선택했다.

소극장이라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배우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다. 공연 시작 전에 여주인공이 먼저 나와 기타 연주로 노래를 두 곡 정도 불러주고 들어가는데 놓치면 아까울 뻔 했다.

공연 내내 웃음 코드가 많아서 즐겁게 볼 수 있고 중간 중간 기타 연주로 노래도 불러서 감성을 자극하기에 좋은 공연이었다.

라빠르트망

영화 <라빠르망>을 연극으로 각색해서 볼 수 있다니 개막 첫 날로 예약 후 오랜만에 마음이 들떴다. 거기에 배우 오지호와 발레리나 김주원의 조합이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LG아트센터는 세련된 건축 디자인과 깔끔한 실내 그리고 친절한 직원들이 맘에 들었다. 2층으로 예매를 해서 배우들이 잘 보이지 않았던 건 최대 단점이었다.

내용의 흐름은 영화와 동일한데 영화를 보고 가는 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정도로 내용을 따라가는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유머 코드를 중간에 조금씩 넣었는데 뜬금없이 일본의 시 하이쿠가 나오는 건 이 연극의 오점이었다.

영화에서는 리자역의 모니카 벨루치에 시선이 많이 갔다면 이 연극에서는 알리스역의 김소진에 시선이 많이 가서 아쉬웠다. 리자역의 발레리나 김주원에 시선이 많이 갔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체적으로 무대 장치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몰입감 있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