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의 가치

군에 있을 때 사용했던 다이어리를 스캔하고 버렸는데 한 쪽을 스캔하지 않고 버렸는지 내용이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중간에 어울리지 않는 스캔 파일도 있는데 정확한 위치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스캔하고 버리면 될 줄 알았는데 정확히 확인을 하지 않고 버렸더니 내 기록의 일부가 다른 방향으로 엉망이 되어 버렸다. 다이어리의 내용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분실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엉망이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결국 기록의 가치보다는 보관의 가치가 더 중요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호더, 즉 물건을 쌓아두는 사람들의 심리도 비슷하지 않을까? 언젠가는 필요할 거라는 생각으로 보관하지만 결국 사용하지 않고 쌓아만 두는 것도 주객이 전도된 행위이다.

가치란

ioncube 로 인코딩된 파일이 있다.
하지만 디코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
그래서 열심히 디코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고 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찾았다.
하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
이제 중요한 건 인코딩된 파일의 중요도가 아니라
인코딩된 파일을 디코딩할 수 있는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결국 그런 것이다.
zend 로 인코딩된 파일도 결국 디코딩된 이후 중요도가 떨어졌듯이
가치라는 것은 그것이 파악되지 않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것의 진정한 가치가 어떠하든 말이다.
가치는 그것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달려있다.

못된 사랑은 변호사들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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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월화 드라마는 특별히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없었는데, 이번 주부터 KBS에서 시작한 드라마 <못된 사랑>을 보면서 볼만한 드라마가 생긴 것 같다.

이요원, 권상우, 김성수 주연의 <못된 사랑>은 첫 회부터 감각적인 영상과 멋진 대사로 무장을 하고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예전에 MBC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변호사들>이 떠올랐다.

이 두 드라마의 비슷한 설정은
첫째, <못된 사랑>에서는 여주인공인 이요원이 첼리스트로 나오고, <변호사들>에서는 여주인공인 정혜영이 바이올리니스트로 나온다. 두 여주인공이 현악기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변호사들>에서 정혜영이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며 바이올린을 켜는 제스쳐를 취하는 장면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둘째, 두 드라마 모두 여주인공의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집안이 기울게 된다. <못된 사랑>에서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요양원에서 지내게 되고, <변호사들>에서는 어머니, 아버지가 모두 돌아가시고 여동생이 반신불구가 된다.

셋째, 그러나 무엇보다 비슷한 건, <변호사들>에 출연했던 김성수가 <못된 사랑>에 출연해서 여주인공에게 비슷한 대사를 읊조린다는 것이다. 두 드라마에서 김성수는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한 여주인공에게 자기를 잊어달라고, 자기를 죽었다고 생각하라는 대사를 읊조리며 여자 곁을 떠나게 된다.

이렇게 <변호사들>과 시작이 비슷한 <못된 사랑>이 앞으로 더욱 진한 감동을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책을 장식용으로 구입하기 시작하다.

예전에는 전공서적을 제외하면 책을 구입한 날 읽기 시작해서 몇 달이 걸려서라도 끝까지 읽었는데, 최근 몇 년은 책을 구입하고 제대로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소설책도 앞부분만 좀 읽고 책장에 그대로 꽂아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분명 구입할 당시에는 이 책이 내 수중에 없으면 안 될 것 같고, 읽으면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은 지적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빠져 구입을 하게 되지만, 막상 책이 내 앞에 있으면 왜 그렇게 눈이 책에서 멀어지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책장을 쭉 훑어보니 중간에 읽다 만 소설책이 6권, 철학책이 5권 정도 되는 것 같다. IT 관련 도서도 나름 공부를 좀 해 보겠다고 구입하고서는 앞 부분만 조금 읽고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책이 10권 이상되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번 기회에 책을 구입하는 건 잠시 보류하고, 맘잡고 중간에 읽다만 책들을 하나 둘 읽어나가야겠다.